감각은 결국 ‘시선의 방향’에서 시작된다

ChatGPT Image 2025년 10월 15일 오후 03 20 09

얼마 전, 친구와 한 카페에 앉아 있다가 무심코 벽에 걸린 조명을 바라본 적이 있다. 특별한 디자인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그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었다. 차가운 콘크리트 벽에 따뜻한 톤의 조명이 부드럽게 번지면서, 사람들의 표정까지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그 순간 ‘감각적인 공간’이란 결국 거창한 장식이 아니라, 시선을 어디에 두고 어떻게 풀어내느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SNS에서 비슷비슷한 인테리어와 패션 스타일을 쉽게 볼 수 있다. 예쁜 사진들이 넘쳐나지만, 막상 따라 해보면 내 공간이나 삶에는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나 역시 한때는 해외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에서 본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와 적용해보려 했지만, 현실과는 묘하게 어긋나곤 했다. 그 경험을 통해 깨달은 건, ‘트렌드’를 그대로 복제하는 것보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감각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젠싱턴 라이프를 운영하며 가장 집중하는 부분도 바로 그 지점이다. 화려함보다는 정제된 미감, 단순함 속에서도 드러나는 세련된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디자인을 찾아내고 공유하고 싶었다. 예를 들어, 요즘 주목하는 건 ‘소재의 질감’을 활용한 연출이다. 같은 흰 벽이라도 매트한 질감과 유광 마감은 전혀 다른 공간을 만든다. 작은 소품 하나를 고를 때도 색감과 재질의 균형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패션 역시 마찬가지다. 브랜드 로고가 크게 박힌 아이템보다, 실루엣과 소재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옷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겉보기엔 단정하지만, 자세히 보면 디테일이 살아 있는 스타일. 그런 미묘한 차이를 알아보는 눈이 결국 ‘감각’을 결정짓는다. 최근 지인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모두 공통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보다 ‘느낌’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고 말하더라.

트렌드를 좇는 건 쉽지만, 자신의 기준으로 걸러내는 과정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시간이 쌓일수록 취향은 점점 단단해지고, 결과적으로 삶의 질도 달라진다. 작은 조명 하나, 손에 쥔 컵의 질감, 발밑에 깔린 러그의 톤까지 신경 쓰게 되면, 어느새 주변이 조금씩 달라져 있는 걸 느낄 수 있다.

이 공간에서는 그런 ‘감각의 시선’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거창한 디자인 철학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발견을 통해 삶을 세련되게 다듬어가는 이야기들. 허지연 에디터로서, 내가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낼 생각이다. 세련됨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시선을 두느냐에 따라, 그 출발점은 바로 오늘의 생활 속에 있다.

-허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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